2009년 10월 29일
헌재의 새로운 명판결
결정과정에서의 위법 사항은 인정한다. 하지만 결정은 옳다?
헌법재판소가 이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사법권이 입법부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입법부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헌재 재판관들의 자충수에 해당한다.
1. 일단 판결문을 읽어보면 기본 쟁점은 법안 상정 과정에서의 위법성이라고 재판관들 스스로도 이야기했고, 절차가 위법이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가 법안 인정이면 이것은 재판에서의 기본 쟁점을 무시하는 처사가 된다.
2. 재판관들은 판결문에서 대의제의 의의를 들어 입법이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이 이 입법과정에 제대로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간섭의 방법으로써 사법권이 개입한 것이며, 사법권은 이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보장된다. 하지만 재판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3. 재판관들은 본회의 투표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덮는 근거로 무권투표 횟수가 전체 결과를 뒤집을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원들의 투표권은 크게 침해받지 않았다는 논리를 든다. 하지만 2번과 관련, 판결문에서도 대의제를 강조한 만큼 의원 하나하나의 투표권은 각각 수만의 국민을 대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명의 의원이라도 쾌히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대의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판관들은 스스로 대의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하였다.
4. 재판관들은 입법과정에서 '일사부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일사부재의 원칙'은 대의제의 기본 원칙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위법적 요소가 없다고 하였다. 과연 이것이 맞는가? 외압이 본회의의 결정과정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원칙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며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기본 원칙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재판관의 자질이 심히 의심스럽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5. 또한 재판관들은 법률의 안정성을 근거로 들어 조그마한 위법성이 법안 결정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논리는 지금까지의 독재정권이 독재적인 결정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활용한 논리들과 별 차이가 없다. 물론 법률의 안정성은 중요한 요소이나, 그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장한다면, 그 또한 원칙이 무시됨으로써 법률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6.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기각한 대논리인 '사법권이 입법부의 결정을 간섭하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다'라는 논리는 이 사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건은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 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위법적 요소들이 묵인된다면 사법부 스스로의 권한이 약화되고 제한받게 됨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는 별도로, 분명히 정치적인 문제가 사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치의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치 과정에서 충분한 비판과 토론이 있은 후에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데, 날치기의 역사는 60년 전부터 오랜 기간 내려온 한국 국회의 부끄러운 전통이다.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이것이 앞으로의 입법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 by | 2009/10/29 22:28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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